강원랜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카지노라고 합니다. 그런데 '강원랜드'라고 하면 도박, 파산, 이혼, 전재산 탕진 등의 이미지가 함께 떠오릅니다. 카지노에서 돈을 잃고 거지가 되었다는 '썰'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카지노에 간 사람은 어쩌다가 그렇게 돈을 잃고 거지가 되었을까요? 단순히 '도박에 중독되어서' 라고만 말하지 말고 그 심리를 조금 더 생각해 봅시다.
딜러의 무기 : 확률
카지노에서는 딜러와 플레이어가 참여하는 게임이 이루어집니다. 게임의 종류는 많지만,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딜러가 이길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즉 모든 게임은 딜러에게 유리하게, 플레이어에게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플레이어가 돈을 잃는다는 점은 설명이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는 의문점이 있습니다. 그러면 딜러가 이길 확률이 그렇게 압도적으로 높은 걸까? 그렇게 심하게 불균형한 게임인가?
각 종류별 게임의 방식과 확률을 계산할 것 없이 그냥 결론만 말하자면, 게임에서 딜러가 이길 확률이 높기는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렇게 압도적으로 높지는 않습니다. 50.1%에서부터 많아야 52% 정도입니다. 이렇게 50%를 아주 약간 넘는 정도라면 딜러가 이길 확률이 높다 하더라도 거의 무시해도 될 만큼 아주 미세한 차이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카지노에서 재산을 완전히 탕진하는 사람은 왜 나오는 것일까요? 그리고 카지노는 어떻게 돈을 벌길래 계속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한 번의 게임에서 이길 확률은 근소한 차이로 앞서지만 그 게임을 많이 하면 됩니다. 카지노에서는 많은 테이블에서, 끊임없이 게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 번의 게임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적을지라도 게임을 많이 하게 되면 얻게 될 총 기대수익은 큰 것입니다.
플레이어의 선택 : 높은 수익
그런데 돈을 탕진하는 사람들은 이런 카지노의 전략과는 정반대로 행동합니다.
내가 이 게임을 계속 하다가 운이 좋은 어느 판을 만나면, 지금까지 잃은 돈을 복구하고도 훨씬 많이 남을 만큼 크게 이길 것이다.
즉, 그런 일이 발생할 확률은 극히 낮지만, 발생하기만 한다면 매우 큰 수익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졌더라도, 다시 게임을 합니다. 자신이 큰 돈을 따게 되는 big game이 나올 때까지 하는 것이죠.
물론 카지노의 게임에서는 모든 경우의 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확률이 극히 낮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고수익을 위해 참여한 플레이어는 그런 빅게임이 나올 때까지 게임을 지속하려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을 계속 투여해야 합니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빅게임을 만날 때까지 계속 게임을 하는 과정은 밑 빠진 독에 물을 계속해서 붓는 행위나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돈이 줄어들어가고, 이제는 이미 잃은 돈이라도 복구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더해져서 게임을 계속합니다. 그렇게 돈을 모두 써 버립니다.
투자자로서의 선택
이런 확률과 기대수익의 조합을 투자의 영역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한 번의 시행, 즉 한 번의 투자 행위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높은지, 낮은지와 그럴 확률이 높은지 낮은지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4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높은 수익을 얻을 확률이 높은 투자
- 높은 수익을 얻을 확률이 낮은 투자
- 낮은 수익을 얻을 확률이 높은 투자
- 낮은 수익을 얻을 확률이 낮은 투자
이렇게 발생할 수 있는 4가지의 경우를 모두 나열해 보았지만, 사실 우리는 4가지 경우 중에서 2가지는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일단 4번 (낮은 수익을 얻을 확률이 낮은 투자) 의 투자처에는 절대로 투자를 안 하면 됩니다. 정말 세상에 단 하나의 투자처밖에 남아 있지 않고 그것이 4번에 속한다면 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1, 2, 3의 더 좋은 경우를 놔두고 기대할 수 있는 수익도 낮고, 심지어 그 확률조차 낮은 4번을 선택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1번 (높은 수익을 얻을 확률이 높은 투자) 에 해당하는 투자처는 우리 주변에 흔하지 않습니다. 물론 있기만 한다면 바로 투자해야겠죠. 하지만 권력이나 명망을 소유하고 있는 대단한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 그런 투자처는 거의 노출되어 있지 않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우리에게 그런 투자처를 소개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기꾼이 아닐까 의심해 보아야 할 정도입니다.
결국 우리에게 남은 선택의 기회는 2가지가 남습니다. 2번 (높은 수익을 얻을 확률이 낮은 투자) 과 3번 (낮은 수익을 얻을 확률이 높은 투자) 입니다. 즉 기대수익이 높고 확률이 낮은 경우와 기대수익이 낮고 대신 확률이 높은 경우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아까 카지노 딜러와 플레이어 사이의 게임과 유사한 면을 발견했습니다. 2번은 전 재산을 탕진한 플레이어의 생각이고 3번은 딜러의 생각입니다.
확률은 낮지만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는 아주 가끔, 잃어도 괜찮은 돈으로만 투자한다면 그래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아예 자신의 투자 철학을 이렇게 정하고 지속적으로 2번 유형의 투자를 반복한다면 그것은 카지노에서 탕진한 사람과 유사합니다. 투자의 탈을 쓰고 있지만 그 실상은 도박이나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반대로 3번 유형은 비록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수익은 낮더라도 이를 반복해서 하다보면 수익이 누적되어 불어나게 됩니다. 게다가 여기에 '복리의 마법'이라 불리는 효과도 거둘 수 있습니다.
투자자로서의 마인드까지 생각해 보면 2번 유형의 투자에 집착하기보다는 3번 유형의 투자를 하는 것이 훨씬 더 좋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2번 유형의 투자를 주로 하게 되면 아무리 성공 확률이 낮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투자 행위가 반복될수록 자산이 감소하며 그에 따라 심리가 위축되기 쉽습니다. 반면, 3번 유형의 투자를 하면 비록 적은 수익이지만 수익이 났으므로 성취감이 생길 것이고, 자신감이 붙으며 더 발전적인 투자를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확률과 높은 수익의 조합
하지만 언제나 2번 유형의 투자는 우리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누구는 이렇게 해서 얼마를 벌었다더라, 누구는 어디에 있는 집을 샀다더라 하는 말을 들으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흔들리는 것을 넘어서, 실제로 실행했다가 수익 또는 손실을 보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앞서 말한 점 때문에 2번의 투자를 죄악시하고 무조건 멀리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것도 엄연히 투자의 일종이며, 환경이나 개인의 성향에 따라 충분히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2번 유형의 투자를 잘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저는 이를 종합해서, 투자 전략을 아래와 같이 세웠습니다.
- 메인 투자는 기대수익이 적더라도 확률이 높은 투자를 한다. (예적금, 달러, 미국 주식 우량주)
- 1번의 원금과 수익 중 대부분은 재투자한다.
- 1번의 수익 중 일부를 기대수익은 높지만 확률이 낮은 투자에 시도해 본다. (국내 주식)
사실 투자 전략이라고 거창하게 부를 것도 없습니다. 너무 당연한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방향조차 정리하지 않고 투자를 시작하게 되면 도박에 중독되어 재산을 탕진한 카지노 플레이어의 신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고수익만 생각하며 급등주를 찾아 다니다가 쪽박 찼다는 얘기는, 카지노 갔다가 거지됐다는 얘기보다 더 흔하니까요.
'재테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테크의 3가지 순서 / 재테크에도 순서가 있다 (1) | 2020.12.28 |
---|---|
따라하기만 하는 투자자는 실패한다 / 투자자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 (0) | 2020.12.22 |
재테크의 4가지 유형 / 투자와 회수의 시점에 따라 (0) | 2020.12.16 |
머니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며 / 선택과 집중 (0) | 2020.12.08 |
강의를 수강하는 이유 / 돈에도 공부가 필요하다 (0) | 2020.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