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따라하기만 하는 투자자는 실패한다 / 투자자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

돈바다 항해사 2020. 12. 22. 21:03

올해 2020년은 참 시끄럽고 요란한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그 중심에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가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와 산업 전반에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올해 코스피 지수는 1400대까지 급락했다가 다시 몇 개월만에 2700대까지 회복하며 거의 2배에 가까운 폭으로 움직였습니다. 그 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의 증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애플, 테슬라, 아마존 등은 최저점 대비 어마어마한 상승을 보여주었습니다.

냉혹해진 부동산 시장

부동산 투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늘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상승하고 있었지만, 올해는 특히 심했습니다. 완만하게 상승하던 아파트 가격은 올해 초부터 급상승하기 시작하여 이제는 수억 이상 오르지 않은 아파트를 찾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제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빗대어 '벼락거지' 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을 '벼락부자'라고 부르는 것처럼, 모든 집의 가치가 상승해서 무주택자는 갑자기 거지가 되었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잠실엘스의 매매 실거래가 추이입니다. 2020년에만 수 억이 올랐습니다. (출처: 호갱노노)

현 정권에서는 그 출범과 동시에 주택 가격 안정화를 모토로 하여 여러 부동산 정책들을 펼쳐 왔습니다. 그 정책이 의도대로 잘 시행되고 정책의 효과가 잘 발휘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유주택자의 경우에는 일찌감치 집을 팔았고, 무주택자의 경우에는 집을 당장 사지 않고 전세나 월세로 거주하면서 기다렸습니다. 시장의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는 것 같았지만, 몇 개월이 지나고 몇 년이 지났습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사람들이 기다려 주었습니다. 당장 모든 것이 바뀌기를 기대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2020년에 그 정점을 찍었습니다. 세금 부담이 높아졌습니다. 가뜩이나 당첨이 어려웠던 청약은 신규 분양 물량의 부족으로 인해 더 어려워졌습니다.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전세 물량이 줄어들면서 전세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정책이 처음 의도했던 바람직한 효과와는 거리가 먼 상태를 향해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주택자는 유주택자대로, 무주택자는 무주택자대로, 투기꾼들은 투기꾼대로, 실수요자들은 실수요자대로 모두 불만이 가득해 있습니다.

어떻게 투자하고 있나

부동산을 두고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 옳다, 옳지 않다는 의견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른 포스트에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오늘은 일단 부동산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면, 투자자로서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투자자들이 투자를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은 보통 이렇습니다.

  • (월급, 주식 등 어떤 수단으로든) 일단 종자돈이 모였습니다.
  • 이 목돈을 그대로 두면 뭔가 손해보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이 종자돈을 어딘가에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 그런데 자신은 아는 것이 별로 없으므로, 잘 아는 사람을 따르거나 많은 사람들이 했던 방법을 그대로 하기로 합니다.
  •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의 책, 강의, 유튜브 등을 통해서 그 사람의 성공스토리를 듣습니다.
  • 그리고 그것을 따라합니다.

요약하면, 그냥 다른 사람의 방법을 그대로 따라한다는 것입니다. 투자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나 고민 없이, 당장 자신의 돈을 불리기만 하면 되고, 그 방법도 단순히 이미 다른 사람이 했던 방법대로 하는 것입니다.

수학 시험의 비유

학창시절에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은 별로 없습니다. 왜냐하면 수학은 다른 과목과 달리 어렵거든요. 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공부하는 시간에 비례해서 성적이 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매 학년, 매 학기가 시작할 때마다 이번에는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해 봐야겠다고 다짐하고 열심히 공부를 해 보지만, 성적은 늘 제자리입니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는데 성적이 이것밖에 안 나오다니...

이렇게 수학에게 배신을 몇 번 당하다보니 우리도 수학을 공부하기가 싫어지는 것입니다.

수학 공부를 할 때를 떠올려 보면요. 책이나 문제집에는 기본 유형에 대해서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풀이과정과 답을 제시해 줍니다. 배운 개념에 대해서 계속 이렇게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유형의 학생들이 있습니다.

스스로 고민하는 학생

각 문제마다 풀이과정을 먼저 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본인이 생각한 방법으로 한 번 풀어보고 답을 맞춰서 맞으면 자신의 방법이 맞는지 확인하고 틀렸으면 다시 돌아가서 생각해 봅니다. 그러다가 도저히 방법이 생각나지 않으면 모범답안의 풀이과정을 확인해 봅니다. 비록 이렇게 하면 공부하는 데에 시간은 조금 더 오래 걸리겠지만 새로운 문제에 대해서 읽고 생각하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모범답안만 열심히 연습한 학생

문제를 풀 때 별 고민 없이 해당 유형만 열심히 연습한 학생은 그 기본 유형의 문제만 잘 해결하게 됩니다. 물론 시험에서도 같은 유형의 문제가 나온다면 그 문제는 빨리 풀 수 있겠죠. 하지만 거기에서 약간 변형된 문제,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나오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어떻게 풀어야할 지 모릅니다.

모범생은 어려운 시험을 좋아한다

두 유형의 학생 중에서 누가 더 공부를 잘 하게 될까요? 누가 상위권으로 올라가기 쉬울까요? 후자의 학생이 당장 한두 문제는 더 맞출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본다면 전자의 학생이 더 공부를 잘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능력을 두고 응용력, 창의력, 문제해결능력 등 일컫는 말은 많습니다만, 굳이 그런 말을 덧붙이지 않더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해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나면 올해 난이도가 어땠다는 말이 많습니다. 난이도가 높을 때는 높아서 문제, 낮을 때는 낮아서 문제라는 말이 반복해서 나오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아무리 난이도가 높아도 고득점자는 늘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어려운 시험에서 고득점할 수 있는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시험이 최대한 어렵게 나오는 것을 반가워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야만 본인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 우위를 점할 수 있으니까요. 누구나 100점을 받을 수 있도록 시험이 쉽게 나온다면 본인만의 강점이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난이도 높은 투자 시험

부동산에 대한 규제가 늘어난 지금을 두고, 저는 투자자들 앞에 난이도가 높은 시험지가 놓여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의 말만 듣고 그 사람들의 방식대로 투자해 온 사람들은, 마치 그 동안 연습했던 유형이 아닌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본 학생처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몰라서 머릿속이 하얘져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정책 입안가들을 욕하고 공무원들을 욕하기도 하구요.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스스로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해 보고 시도해 보았던 사람이라면 이 새로운 유형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이번에도 고민해 보고 있을 것입니다. 공부 잘 하는 학생이 시험이 어렵게 나오길 내심 기대하는 것처럼, 이 시기가 본인에게 더 큰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경쟁자들이 모두 포기하고 나가떨어질 때 본인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며 성공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이 투자하기 정말 어려운 때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어려운 시기에서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찾아내는 사람은 늘 있었습니다. 하다못해, 지금은 정말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계산이 서면 부동산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는 판단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전자의 투자자들은 그런 계산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에 계속 매달리는 것이죠. 풀 수 없는 문제를 계속 붙들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에는 누군가 떠먹여주는 것을 받아 먹기만 해도 성공할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안 되는 시기가 왔습니다. 남이 잡아주는 고기만 받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낚는 방법을 알아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