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저축의 배신 / 저축은 항상 옳은 방법일까?

돈바다 항해사 2021. 1. 9. 22:39

재테크에 대해서 여러 방면으로 검색하고 정보를 모으다 보면, 꼭 빠지지 않는 정보가 있습니다. 바로, 높은 금리의 예적금 상품입니다. 그런 정보에는 주로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시중 은행의 예금, 적금 상품 중에서 높은 금리 순으로 알려주는 정보
  • 새마을금고, 신협 등의 비과세 상품
  • 새마을금고 출자금에 대한 배당

어차피 돈을 모으는 것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자를 주는 은행에 예치해 놓아야 이득이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손품, 발품 팔아서 더 금리 높은 상품을 찾아서 가입하면 그 자체로 돈을 많이 모으는 목적을 달성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뿌듯한 마음이 들어 기분까지 좋습니다. 오늘은 제가 그동안 해 왔던 예금, 적금 상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이 글은 전적으로 저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하지만 돈을 벌고, 그 번 돈을 쌓아가며 재테크를 해 본 많은 사람들 역시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축이 필요한 때

저는 이전에 '재테크의 3가지 순서 / 재테크에도 순서가 있다'라는 포스트에서 예금, 적금을 잠깐 언급했습니다. (해당 포스팅의 링크는 이 글 하단에 남겨 두었습니다.) 그 글에서는 재테크를 3가지 단계로 나누어서 생각해 보았는데요.

  1. 종잣돈을 모은다.
  2. 종잣돈을 불린다.
  3.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한다.

여기에서 첫 번째 단계, 즉 종잣돈을 모으는 단계에서는 예적금에 가입해서 돈을 모으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구체적인 의미까지 말하지는 않았는데요.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해 보겠습니다. 저축만 해야 할 때가 있고, 이와 반대로 저축은 하지 말아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

종잣돈을 모으는 단계에서는 예적금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예적금은 종잣돈을 모으는 단계에서만 해야 합니다.

즉, 종잣돈을 모으는 첫 번째 단계에서는 예적금만 이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종잣돈을 불리는 두 번째 단계와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는 세 번째 단계에서는 예적금을 제외한 다른 재테크 수단을 이용해야 합니다.

우리의 목적은 돈을 모으는 것입니다. 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가능한 한 큰 돈을, 가능한 한 빨리 모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목적을 위해서 매 순간마다 어떤 수단이 목적 달성에 더 적합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각 단계별로 어떤 수단이 더 적합한지는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 1단계: 종잣돈을 모으는 단계
    • 일정한 규모까지 종잣돈이 모일 때까지는 월급 또는 사업소득을 저축을 통해서 모읍니다.
    • 나중을 위해 재테크에 대한 공부를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 소액으로 재테크를 시작해 보는 것은 괜찮지만 큰 금액으로 재테크를 시작해서는 안 됩니다.
  • 2단계: 종잣돈을 불리는 단계
    • 그리고 어느 정도의 규모가 만들어졌다면 투자를 통해 그 종잣돈을 불려야 합니다.
    • 이 단계에서부터는 저축이 아닌 다른 투자 방법으로 해야 합니다.
    • 일시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재테크를 해야 합니다.
    • 그 예로는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주식, 부동산이 있습니다. 배당주 투자, 월세 수익을 위한 부동산 등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 3단계: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는 단계
    • 2단계에서 했던 투자 방법을 지속하면서, 불어난 돈의 일부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야 합니다.
    • 이 수단으로는 수익형 부동산이나 안정적인 배당을 받을 수 있는 투자가 적합합니다.

저축을 해야 하는 이유

사실, 재테크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은 단계에서는 예적금, 즉 저축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저축을 하다가 가끔 이런 소문이 들립니다.

누가 어떤 방법으로 큰 돈을 벌었다더라,
누가 멋진 외제차를 뽑았다더라,

누구나 사람이라면 이런 소문을 듣고 마음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만약 그것이 소문만이 아니라 실제 눈앞에서 목격한 경우, 내 지인의 이야기라면 어떻게 그렇게 큰 돈을 벌었는지,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었는지 궁금하고 다른 사람이 채 가기 전에 나도 얼른 그 기회에 올라타야겠다는 조급함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소문을 듣고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영역에 섣부르게 시도했다가는 큰코 다치기만 할 뿐입니다. 고생고생해가면서 모았던 돈을 잃는 것은 그 자체만로도 큰 타격입니다. 이 시기에는 정말 열심히 일하면서 돈을 모아도 한 달에 100만원~200만원 정도도 모으기 힘듭니다. 그렇게 차곡차곡 모은 돈인데 그 돈을 날렸다? 그동안 몇 달, 또는 몇 년을 일하면서 모았던 돈을 날리는 것은 그 기간만큼 인생에서 손해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문제가 거기에서 그치면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투자에 대한 트라우마입니다. 사회 초년생 시기, 또는 종잣돈을 모아 가는 시기에 사기 또는 큰 투자손실을 겪으면 그 경험으로 인해 재테크에 대한 불신이 마음 속에 남게 됩니다. 나중에 좋은 기회가 생길 수도 있는데,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은 처음부터 벽을 치고 차단해 버리게 됩니다.

그거? 나도 예전해 해 봤는데 다 사기야.
그거 어차피 버는 사람은 몇 명 없어. 나머지는 다 잃어.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정말로 조심해야 합니다. 그런 조급함과 욕심을 내려놓으시고 저축을 통해서 돈을 모으셔야 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종잣돈을 모으는 이 시기에는 저축만 해야 합니다. 다른 재테크 수단을 하고 싶으시면 이 정도 돈은 없어도 괜찮다, 경험으로 생각하겠다 하는 정도의 돈만 투자하셔야 합니다.

즉, 요약하자면 이 시기의 돈은 잃으면 안 되는 돈이기 때문에 저축만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이 시기의 수입은 투자로 인한 것이 아니라 노동을 통해서 버는 수입이며, 노동소득만 있는 때에는 투자 손실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역시 이 시기에는 어느 은행의 어떤 상품이 더 높은 금리를 주는지 검색해보고 찾아다니면서 했었습니다. 은행마다 병역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만 가입할 수 있는 군인 적금 상품이 있는데, 한도가 높지는 않습니다. 10만원~20만원 정도 되는 적금상품을 은행을 돌아다니면서 가입했습니다. 또 지금은 폐지되고 없지만 재형저축에도 가입했었구요. 소득이 적은 사람들만 가입할 수 있는 신한은행의 새희망저축이라는 상품에도 가입했었습니다. (새희망저축도 지금은 폐지되었습니다.) 이 상품들은 모두 금리가 시중 금리보다 높았습니다. 가장 작은 것도 4%가 넘었고 일부 기준을 충족하면 5% 이상 되는 상품도 있었습니다.

제가 2015년에 가입했던 신한 새희망저축의 상품설명서입니다. 가입한도는 월 20만원으로 다소 낮지만, 기본이자율이 4.25%이고, 신한은행 계좌에서 자동이체를 걸어놓기만 하면 무려 5.75%가 적용됩니다. 지금은 폐지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제가 2015년에 가입했던 신한은행 세테크재형저축의 상품설명서입니다. 가입한도는 분기당 300만원으로 높은 편이었고, 기본이자율은 3.85%였습니다. 그리고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0.4%의 우대를 받아서 4.25%가 적용됩니다. 지금은 폐지되었습니다.

어차피 재테크를 할 만큼 돈이 모이지도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은 저축밖에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저축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을 찾아다니며 가입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습니다. 내가 얼마의 원금을 저축했는데 얼마의 이자가 들어오는지를 보면서 재테크에 대한 감을 익혀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뿌듯합니다.

참고로 그냥 은행 창구에서 적금 하나 들려고 왔다고 말하면, 은행 직원은 이 사람에게 어떤 적금 상품이 가장 유리한지 알아보지 않고 가장 기본적인 적금 상품에 가입시키기 쉽습니다. 왜냐하면 은행 직원조차도 많은 적금 상품을 모두 알지 못하기도 하고, 적금 상품마다 조금씩 까다로운 조건들이 있는데 앞에 있는 고객이 그런 조건을 충족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지금 내 상황에서 어떤 적금 상품이 유리한지 스스로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저축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저축은 매달 꾸준히 수입이 있는 상황에서, 그 돈을 모아서 목돈을 만들려고 할 때 가장 적합한 수단입니다. 그런데 이미 어느 정도의 목돈이 있는 상황이라면 이것 자체를 수단으로 삼아서 할 수 있는 다른 것을 해야 합니다.

1단계에서 착실하게 저축하며 어느 정도 이상의 종잣돈이 모였다면, 그 다음 단계로 종잣돈을 불리고,(2단계) 또 불어난 종잣돈을 활용해서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3단계) 그런데 그 상태에서 계속 저축만 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투자라고 하면 무조건 나쁘게만 생각하고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실 그런 심리의 한 켠에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투자는 도박이나 마찬가지이며, 돈을 따는 사람은 얼마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잃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투자에 대해서 공부해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투자에도 여러 가지 수단이 있으며, 똑같은 투자를 하더라도 방법에 따라서 그 위험성과 수익성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서 주식에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변동성이 작은 대형주, 우량주 위주로 투자하면 위험성이 낮습니다. 물론 수익성도 낮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성장주나 테마주 등에 투자하면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손실이 날 위험도 그만큼 더 커집니다.

즉, 투자는 위험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본인이 전적인 선택권을 지닌 행위이지, 투자라고 해서 무조건 돈을 잃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두려움은 오히려 투자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막연한 허상에 불과합니다.

코스피 지수 변동 추이입니다. 코로나19 장세의 회복과 삼성전자 주가의 고공행진에 힘입어 6개월만에 무려 1,000포인트가 올라서 3,152까지 상승했습니다. (2021년 1월 8일 종가 기준)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듭니다.

그러면 수익성은 낮지만 가장 안전한 예금을 하면 되겠네.

많은 사람들이 저축에만 머무르지 말아야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바로 화폐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돈의 가치가 떨어지며, 돈만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인플레이션의 효과를 같이 누릴 수 있는 자산을 보유해야 합니다. 은행 이자로 생기는 이득은 돈의 가치가 떨어져서 생긴 손해보다 항상 더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평생동안 예금, 적금에만 의존해서 살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투자를 해야만 하는 시기가 옵니다. 지금 당장은 매달 수입이 있으므로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아도 되지만 그래서 더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꾸준히 수입이 있는 상황에서는 저축만 해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그러다가 수입이 줄거나 아예 끊기게 되면 갑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그동안 저축해 온 돈이 아주 많아서 오랜 기간, 죽는 순간까지 걱정없이 쓰면서 살 수 있다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죠. 위에서 말한 화폐가치 하락의 영향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므로, 저축만으로는 우리의 행복한 노후에는 불안한 것이 사실입니다. 종잣돈이 모였다면 이 돈을 현금으로만 보유할 것이 아니라, 가치가 변하지 않는 자산으로도 바꾸어 놓아야 합니다. 아니, 오히려 많은 경우에는 그 자산의 가치가 더 크게 올라서 다시 현금으로 바꾸었을 때 더 큰 돈이 됩니다. 투자를 시작할 정도의 종잣돈이 모였다면 무슨 형태로든 투자를 하길 바랍니다.

국민연금 수급자현황 추이입니다. 장애연금수급자, 유족연금수급자가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노령연금수급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며 전체 수급자 수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리는 국민연금을 우리의 노후를 책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으로 국민연금에서 지급해야 하는 지급금은 점점 더 늘어나고, 반대로 납입액은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민연금이 고갈된다고 예측되는 시기는 점점 단축되어 갑니다.

국민연금이 완전히 고갈되어도 국가가 지급을 보장한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국가라고 하더라도 땅 파서 돈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세입 중에서 다른 곳에 써야 할 돈을 줄여서 국민연금 지급액을 보전해야 할 것이고, 줄여야 하는 돈은 복지 예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존에 쓰던 복지 예산을 줄여서 다른 복지에 쓰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해 본다면 조삼모사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것이 제가 '국민연금만으로 노후를 기대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하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재테크의 3가지 순서 / 재테크에도 순서가 있다

저는 이전에 "재테크의 4가지 유형"이라는 글에서 여러 가지 재테크 방법을 투자 시점과 회수 시점에 따라 4가지로 분류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분류 방법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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