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과거에 가상화폐에 투자한 경험이 있습니다. 2017년 초부터 약 1년 정도 투자했었고 그 이후에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투자금도 소액이었고 시간도 오래 지나서 정확한 수익이나 수익률이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제가 이용했던 거래소의 계정이 남아있는지조차 모르겠네요.
저는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만 트레이딩했습니다. 지금도 가상화폐 가격 변동성이 크지만 그 때도 컸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2017년 1~3월에는 이더리움이 약 5만원 정도였는데, 4~6월쯤에는 20만원까지, 그리고 7~9월쯤에는 40만원까지 올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이후에는 다들 아시다시피, 2017년 말부터 2018년에 100만원을 훌쩍 넘기며 대상승장을 지나왔고 다소 긴 조정기간 후,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인 현재까지 다시 한 번 대상승장이 찾아왔습니다.
1차 상승장에서도 그랬고, 이번 상승장에도 많은 사람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반대쪽에서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한 저의 생각을 글로 옮겨 보겠습니다.
기술적 분석
주식의 가격을 분석함에 있어서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이라는 큰 두 가지의 틀이 있습니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가상화폐를 투기가 아니라 투자의 관점으로 접근하려면 이 두 가지를 모두 보아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기술적 분석은 비교적 명확하고 단순합니다. 거래가 이루어지면 가격과 거래량의 기록이 생기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차트가 그려집니다. 이 차트를 분석하고 매수, 매도 타이밍을 잡아서 매매하면 됩니다. 주식에서의 기술적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차트를 해석하는 데에 있어서 사용될 수 있는 보조지표도 유사합니다.
다만 주식시장과 달리, 가상화폐는 국내, 해외에 많은 거래소가 있습니다. 거래소별로 시세를 비롯한 거래 지표가 장기적인 추세로는 동일하게 맞춰지지만 순간적으로 보면 거래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거래소 한 군데만 주목하고 해당 차트만을 분석하다보면 더 큰 흐름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만 제외한다면 기술적 분석은 가상화폐라고 해서 크게 다른 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 분석
기술적 분석은 일단 차트만 나오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맞는지 틀린지의 문제는 제쳐두더라도, 자신이 보고 들은 각종 지표와 용어를 써 가면서 말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 분석은 다릅니다. 자료를 찾아보고 해석해야 하며, 자신의 이해력과 추론 능력을 동원해서 생각해야 하거든요.
물론 저 역시도 그렇게 깊이 있게 기본적 분석을 할 정도로 능력이 뛰어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최근 많은 사람들이 가상화폐 투자(또는 투기)에 뛰어들고 있기에 잠깐 멈추고 멀찍이서 바라보며 한 번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비트코인 = 디지털 금?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저 개인적으로는 이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금은 그 자체로 고유한 가치를 지닙니다. 금의 가치는 누구 한 사람이 그렇게 정한 것이 아닙니다. 인류 역사의 아주 오래 전부터 모든 사람에게 금은 가치를 가졌습니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유레카를 외쳤다는 그 일화에 등장했던 것은 금 왕관이었습니다. 한반도에서 발견된 삼국 시대의 유물 역시 금으로 장식된 왕관, 목걸이, 귀걸이 등입니다. 이집트, 중국 등 문명이 발생한 곳에서 쏟아져 나온 유물들 역시 금 장식품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금으로 반지, 귀걸이 등을 만들어 착용하기도 합니다.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금은 귀금속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금은 금화로 만들어서 돈 그 자체로도 사용되었습니다. 현재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도 처음에는 일정한 양의 금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금 본위제가 폐지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도 그 시작은 금의 가치에 기반을 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디지털 금'이라고 말하는 비트코인은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요?
비트코인은 금과 달리, 그 자체만으로 사용될 수 있는 실제적 물건이 아닙니다. 또한,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모든 사람이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비트코인이 과연 절대적 가치가 있는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누군가는 굉장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들에게는 냉정히 말하자면 비트코인은 단순한 데이터 쪼가리에 불과합니다.
수요는 있는가?
비록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모든 사람에게 절대적인 가치를 인정받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그 수요가 있다면 충분히 투자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온라인 게임의 아이템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위대한 아이템이더라도 아무 것도 아닌 것이지만, 게임 내에서는 인정받고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과 비슷한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가상화폐의 실질적 수요입니다.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다양한 종류의 가상화폐의 수요는 어떤지를 먼저 알아야, 가상화폐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쓰일지 짐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기업의 매출과 순이익을 먼저 알아야 하듯이 말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현재 가상화폐를 결제의 수단으로 사용하기는 실질적으로 어렵습니다. 눈에 보이는 현금은 말할 것도 없고, 신용카드나 최근에 나온 각종 간편결제 수단 등과 같이 놓고 보아도 아예 비교 자체가 되질 않습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송금에 걸리는 시간입니다. 예를 들어서, 가상화폐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비트코인은 송금에 걸리는 시간이 최소 수 분에서 수 시간이 소요됩니다. 대금을 받는 쪽에서 정상적으로 입금이 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합니다. 이런 점을 볼 때, 지금으로서는 가상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가상화폐를 실제로 쓰는 곳
즉시 송금이 되지 않아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가상화폐를 사용할 수는 없을까요? 제가 생각했을 때 실물화폐에 비해 가상화폐가 더 활발히 쓰일 수 있는 곳은 아래 2가지가 있습니다.
해외 송금
가상화폐를 이용하면 해외송금이 필요할 때, 현 제도권 은행을 통한 송금보다 더 저렴하고 빠르게 송금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 A은행의 계좌에서 해외 B은행의 계좌로 송금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 A은행과 B은행에 수수료를 내야 하고 우리에게는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그 사이에 있는 중개 은행에도 중개수수료를 냅니다. 게다가 환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환전 수수료도 지불하게 됩니다. 특히 미국, 일본 등 우리나라와 거래가 많은 주요 나라가 아닌 국가에 보낸다면 이러한 송금수수료와 환전수수료는 꽤나 높습니다.
하지만 가상화폐로 송금할 때는 수수료가 이보다 저렴합니다. 가상화폐 지갑에서 다른 지갑으로 옮기는 것은 국가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단순히 바로 옆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는 것이나, 외국에 있는 사람에게 보내는 것이나 동일합니다. 해외 송금이라고 해서 시스템 상으로 특별한 것도 없고, 절차나 기관도 더 필요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해외로 송금할 때 추가적인 이체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아래 글은 1조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송금하는 데 들어간 수수료는 단돈 510원밖에 되지 않았다는 기사에 관한 글입니다.
송금 수수료 뿐 아니라 송금에 걸리는 시간에서도 유리합니다. 은행을 통해서 송금할 때는 시간이 꽤 오래 소요됩니다. 보통 1~2일 정도 걸리는데, 중간에 주말이나 공휴일이 있으면 더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상화폐로 송금하면 걸리는 시간이 그보다 짧습니다. 위에서 즉시 송금되지 않으므로 결제 수단으로서는 부족하다고 했지만, 그것은 보통 수 분에서 수 시간 정도의 단위이지, 며칠 이상 걸리지는 않습니다. 1~2일 이상 걸리는 은행을 통한 송금보다는 짧게 걸린다는 것입니다.
검은 돈
가상화폐는 추적을 피하기 위한 금전 거래에 효과적입니다. 아마 지금까지 비트코인이 활용된 가장 큰 영역은 검은 돈 거래일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랜섬웨어입니다.
해커는 랜섬웨어를 만들고 유포합니다. 랜섬웨어는 감염된 PC의 사용자 몰래 각종 파일(특히 문서나 작업파일)을 암호화합니다. 모든 암호화가 끝나면 사용자에게 메시지를 띄웁니다. 메시지의 내용은 컴퓨터의 모든 파일은 열 수 없도록 암호화되었다, 특정 가상화폐 지갑으로 얼마를 보내면 암호화된 내용을 풀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보내주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랜섬웨어를 유포하는 해커는 자신이 누구인지 추적당하지 않기 위해 은행 계좌를 알려주지 않고 가상화폐를 요구합니다.
그 외에도 추적을 피하기 위한 곳이라면 어디든 이용될 수 있습니다. 음란 사이트, 마약 거래, 도박 등이 그 예입니다. 아래 링크는 2017년 기사인데요. 비트코인이 각종 불법의 거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비트코인 자체는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구조를 갖고 있지만, 현실 세계의 누가 그 지갑의 소유자인지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단, 국내 거래소에서 만든 지갑이라면 신원을 특정할 수 있다고 하네요.)
위 2가지 용도 외에 가상화폐의 실제적 수요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두 가지로 나누어서 쓰기는 했지만, 사실 그 중에서도 두 번째 수요(검은 돈)이 압도적으로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첫 번째 수요(송금)는 가상화폐로 송금하는 것이 아무리 송금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고 해도 가상화폐 가격의 변동성이 큰 점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꺼리게 되니까요.
물론 지금과 달리 앞으로는 더 다양한 분야에 얼마든지 많이 쓰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상화폐 자체가 발전하면서 새로운 종류의 가상화폐나 획기적인 플랫폼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보여지는 모습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투자하지 말아야 하나
지금까지의 내용은 전적으로 제 개인적인 생각이며,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위와 같은 점을 생각해 보았을 때, 가상화폐는 그 자체로는 어떠한 가치도 내재하고 있지 않으며, 기본적 분석에 기반해서 보면 투자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상화폐에 투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수요가 아니라 투자수요를 염두에 둔 투자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반대로 누군가는 가상화폐가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고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어떤 누군가는 가상화폐 자체의 가치보다는, 이것의 가격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 제가 가상화폐에 투자한다면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투자이지, 가상화폐 자체의 가치를 믿고 하는 투자는 아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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