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전에 "재테크의 4가지 유형"이라는 글에서 여러 가지 재테크 방법을 투자 시점과 회수 시점에 따라 4가지로 분류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분류 방법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제가 재테크를 조금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 생각해 본 것입니다.
그와 관련하여 여전히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들을 이 포스트에 조금 더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전 글의 링크는 포스트 하단에 남기겠습니다.)
일시회수와 분할회수
재테크를 회수의 시점에 따라서 나눈다면 두 가지, 즉 일시회수와 분할회수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일시회수는 당장에 큰 돈을 필요로 할 때 필요한 방법입니다. 결혼, 주택구입 등 어떤 이유로 목적자금이 필요하거나, 더 큰 투자금이 필요한 다음 단계의 투자를 위한 종잣돈을 모으는 경우에는 이러한 일시회수의 투자가 필요할 것입니다.
일시회수를 위한 투자의 수단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주식 중에서는 리츠나 배당주의 경우에는 한 번 돈을 투자해 두면 지속적으로 일정한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일시회수보다는 분할회수의 투자라고 보아야 합니다. 이런 리츠, 배당주를 제외하고 주가의 시세차익으로 수익을 거두는 거의 대부분의 주식투자가 이 일시회수에 속합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월세 수익을 위한 투자라면 분할회수로 보아야겠지만, 그게 아니라 재개발, 재건축, 청약, 아파트 매매 등은 일시회수를 위한 투자에 속할 것입니다. 주식과 부동산 외에도 한 때 붐이 일어났던 가상화폐도 있겠네요. 이 방법들의 공통점은 주로 시세의 변화를 수익으로 전환시키는, 시세차익이 목적이라는 것입니다.
일거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일시회수와는 달리, 분할회수는 지속적으로 현금이 들어오게 하기 위한 투자입니다. 주로 특정 시기에 필요한 큰 액수의 목적자금보다는, 안정적으로 수익 확보가 필요할 때 적절한 투자 방법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배당주 투자가 분할회수를 위한 투자 방법입니다. 부동산 중에서도 '수익형 부동산'이라 불리는 부동산이 있는데요. 월세를 받기 위한 오피스텔, 원룸 등도 이런 분할회수 투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우리가 매달 내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연금저축, 퇴직연금 등의 사적 연금도 여기에 속하는 투자입니다. 분할회수를 위한 투자는 지속적인 현금흐름 창출이 목적입니다.
이렇게 회수시점에 따라 투자를 분류한 이유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똑같이 주식에 투자해도, 진짜 돈 많은 (소위 큰손) 투자자들의 목표는 은행예금금리 또는 시장평균 수익률만 넘기는 것입니다. 그 정도만 해도 이미 투입된 자본이 크기 때문에 투자 수익 역시 크게 거둘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무조건 높은 수익률을 원하죠. 10%, 20%, 50% 또는 그 이상의 수익률을 바라며 투자합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전자의 경우는 이미 돈은 충분히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현금 수입이 목적이지만, 후자는 투자금을 불려서 한 번에 수익을 거두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의 단계
많은 재테크 방법을 보고 듣고 생각하면서, 투자의 큰 청사진을 아래 세 단계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 종잣돈을 모은다.
- 종잣돈을 불린다.
-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한다.
종잣돈을 모으고, 그것을 불린 다음에, 그것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는 것. 이 세 단계가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투자의 순서입니다.
이쯤되면 눈치가 빠르신 분이라면 제가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알고 계실텐데요. 두 번째 단계(종잣돈을 불린다)와 세 번째 단계(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한다)에서 각각 해야 할 투자방법이 다릅니다. 종잣돈을 불리는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일시회수를 위한 투자,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는 세 번째 단계에서는 분할회수를 위한 투자가 적절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첫 번째 단계에서 종잣돈을 많이 모아서, 두 번째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세 번째 단계로 넘어가서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느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첫 번째 단계에서 종잣돈으로 모을 수 있는 수단은 근로소득, 즉 월급입니다. 그것도 차장급, 부장급이나 임원 쯤 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대부분 종잣돈을 모아야 하는 단계의 사람들은 사원급, 대리급의 사회초년생인데요. 그들이 모을 수 있는 월급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돈을 모으고 나면 두 번째 단계로 그것을 불리기 위한 투자가 꼭 필요합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나눈 세 단계에서, 각 단계마다 조금 더 설명을 붙여보겠습니다.
종잣돈을 모은다
첫 번째, 종잣돈을 모으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종잣돈은 모든 투자의 기본적인 전제조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길, 우선 1억이라는 돈을 모으라고 합니다.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돈을 제외하고, 투자가능한 돈 1억을 모으고 나면 그것을 잘 굴려서 2억, 3억 이상으로 쉽게 불릴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 문턱을 3천만원, 또 어떤 사람은 1천만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람마다 그 액수가 다른 것은,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고 어느 곳에 투자할지, 어떻게 투자할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어떤 투자를 하든지,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최소한의 투자금액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월급이 높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짧은 시간에 모을 수 있을 것이고, 월급이 적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면 그보다는 긴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소득이 적으면 적은대로 지출을 최소한으로 줄여서라도 어쨌든 종잣돈을 모아야 합니다. 종잣돈을 마련되지 않고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그 말은 아예 투자를 시작할 수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이 시기에는 최대한 투자 방법을 찾고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실제 투자는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이 시기에 생긴 손실은 치명적이기 때문입니다. 손실이 발생했다면 그 손실을 복구하는 데에 힘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이 단계의 목적은 투자에 필요한 종잣돈을 모으는 것인데 이것이 완성되는 시기는 최대한 빨라야 합니다. 그런데 손실이 발생하면 이 시기가 목표보다 늦춰지게 되며, 다음 단계도 그만큼 늦어지는 것입니다.
또한, 이 때는 투자에 대한 마인드가 정립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투자할 수 있는 돈이 적기 때문에 다소 공격적인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고, 손실이 발생했을 때 멘탈을 회복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한두 번 손실이 나게 되면 앞으로 투자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고 금기시할 수도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투자에 대해 공부하며 아주 소액으로 맛만 보는 정도로 해야지, 자산의 상당 부분을 투자로 돌리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금리 높은 예적금 상품을 찾아서 가입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종잣돈을 불린다
어느 정도 종잣돈을 모았으면, 그 다음 두 번째 단계는 종잣돈을 불리는 단계입니다. 이미 모인 종잣돈을 가만히 두고 소비만 하면서 살자니 충분히 원하는 만큼 쓸 수 있을 정도는 아니고, 그렇다고 이 돈으로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투자를 하자니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현금흐름이 너무 적습니다. 한 마디로, 개인이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만으로 만든 종잣돈은 이러기에도 저러기에도 애매한 금액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종잣돈을 키우는 투자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종잣돈을 그대로 투자하지 않고, 불린 후 투자했을 때 달라지는 점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같은 투자를 하더라도 얻어지는 수익이 더 커집니다. 어떤 투자든지 투자금액이 크면 클수록 투자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도 커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투자 수익은 투자금에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투자금액이 크면 훨씬 더 다양한 방법의 투자가 가능합니다. 투자금액이 너무 작으면 할 수 있는 투자 방법에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사람인 이상, 다양한 투자 방법을 모두 활용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모든 방법 중에서 비교분석을 통해 몇 가지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더 좋은 투자방법이 있는데 내가 투자할 수 있는 돈이 적어서 투자할 수 없다는 것은 자진해서 불리한 위치에 서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 문턱이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이 아니고 어느 정도 노력을 통해 달성가능한 수준이라면 거기까지는 이루어 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한다
종잣돈을 불려서 보다 큰 목돈으로 만들었다면 이제 마지막으로 이 돈으로 지속적인 수입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아무리 지금 당장 커 보이는 금액이더라도 사실 우리 마음속에는 늘 불안함이 있습니다. 갑자기 큰 돈이 쓰일 일이 있을 수도 있고, 언제 어떻게 이 돈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입니다.
결국 남는 것은, 이 목돈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어야 합니다. 평범한 사람은 직장을 다니며 매달 일정한 수입을 벌지만, 그에 만족하지 못하고 큰 부를 원합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반대로 큰 부를 가진 사람은 그것을 이용해서 매달 일정한 수입을 만들어내기를 원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그 일정한 수입을 만들어내기 위해 투입되는 자원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시간과 노동력을 들여서 매달 일정한 수입으로 만드느냐, 아니면 자신이 가진 목돈을 가지고 매달 일정한 수입을 만드느냐의 차이입니다.
큰 목돈을 가지고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는 것에는 많은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쪽은 사람마다, 본인에게 맞는 방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떤 일관된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입니다. 어떤 사람은 사업을 일으킬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안정적인 투자자산을 보유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이제까지 모아왔던 목돈을 이용해서 매달 어느 정도 이상이 보장된 현금흐름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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