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부동산

출산율 낮아져서 집값도 떨어질 거라는 말, 사실일까? / 출산율과 집값의 관계

돈바다 항해사 2021. 2. 8. 20:50
지금 집값은 너무 높다. 집값은 앞으로 떨어질 것이다
무슨 소리냐! 집값은 지금도 낮은 편이다. 여기서 더 오를 것이다

늘 이렇게 두 상반된 주장을 하면서 으르렁거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때로는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어떤 근거에 의한 예측을 하는 것을 넘어서 '저건 틀렸고 이래야만 한다'는 의견을 내세우며 토론이 격해지기도 합니다.

어쨌든, 우리는 이 두 주장 모두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주식, 펀드 등 다른 재테크 수단과는 다르게 집은 사람이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우리는 의도하지 않아도 시장 참여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출산율이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국가의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집을 사려는 사람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공급이 그대로라고 가정할 때 수요가 감소하면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집값 역시 그 법칙을 거스를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한 저의 생각을 글로 옮겨보려고 합니다.

심각한 저출산

많이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저출산 국가입니다. 우리가 흔히 줄여서 '출산율'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공식 명칭은 '합계출산율' (Total Fertility Rate) 입니다. 합계출산율은 가임여성 (15~49세) 1명이 평생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합니다. 최근 기사를 보면 출생율, 조출산율 등의 개념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은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시간적 관점에서 추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UN, WHO 등의 국제기구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지표로서 국가간, 대륙간 비교가 쉬워 공간적 관점에서 추이를 파악하는 데에도 편리한 지표입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합계출산율만 생각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초저출산은 정말 심각하다못해 처참한 수준입니다. 보통 인구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의 합계출산율이 2.1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2019년 합계출산율은 이것의 반에도 못 미치는 0.918이었습니다.

2008년부터 2019년까지의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 그래프입니다. 출생아 수는 가까스로 30만 명을 넘겼고, 합계출산율은 0.918을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낮은 출산율을 기록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쓰는 2021년 2월 8일 현재, 2020년의 합계출산율 지표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2019년의 출산율보다 낮을 것은 확실합니다. 아직 집계되지 않은 12월을 제외한 11월까지의 지표를 보면, 모든 월에서 출생아가 전년 동월보다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2020년의 출산율은 얼마나 더 떨어질지 정말 감도 오지 않습니다.

대학교가 위험하다

출산율이 줄어들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산업은 육아와 교육입니다. 2000년대 들어서 꾸준히 진행되어 온 저출산의 영향으로 유아, 어린이, 청소년 인구는 계속해서 감소했습니다. 학생 수가 감소하며 초등학교 앞 문방구와 분식점이 문을 닫고, 중고등학교 교복 제작 업체가 문을 닫았습니다. 이제는 대학교의 차례입니다.

대학교들은 산학 협력 사업이나 부동산 임대 등으로 거두는 수입도 있지만 주 수입원은 학생들의 등록금입니다. 그런데 등록금을 내 주어야 할 학생들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문제가 되었고 그래서 대학에서 외국인 학생을 받는다던가, 평생교육원 등을 운영하면서 충당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자구책으로 충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서울경제의 기사에 따르면 2021년부터 대입 지원자보다 대학 정원이 더 많아지는 '정원미달'에 돌입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마냥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그리고 등록금을 낼 돈이 있다면) 대학을 갈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2020년 8월 20일 서울경제의 기사입니다.

 

올해 대입 정원-지원자 첫 역전...'정원미달' 도미노 온다

오는 9월 수시 원서모집을 시작으로 본격화되는 2021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사상 처음으로 지원자가 정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가에는 벌써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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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21년 1월 21일 매일경제의 기사를 보면, 일부 지방대는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한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 학과에서 정원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고 합니다.

 

1학기 등록금 `0원` 파격 제안에도…지방대 `정원 미달` 속출

학생수 감소 추세에 주요대 정시 경쟁률 하락 그나마 서울권 대학은 신입생 모집에 성공한 듯 문제는 지역 대학들, 현금 투척에도 충원 실패 코로나로 외국인 유학생도 없어 존폐 위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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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신입생이 줄어들게 되면 대학교는 재정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것이 일시적으로 잠깐 벌어지는 일이라면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이런 신입생 감소는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형편이 좋아질 수 없기 때문에 상당수의 대학교는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모든 대학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학생 수가 줄어들더라도 모든 대학교가 똑같은 수준으로 줄어들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대입 지원자 수가 10%가 줄어들었다고 하면 소위 명문대를 비롯해 인서울, 지방대를 포함한 모든 대학교에 지원하는 학생이 10%씩 균등하게 줄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위에서부터 차곡차곡 채워지게 됩니다. 결국 신입생 감소로 고통받는, 그리고 앞으로 고통 받을 대학교는 모두 대입 지망생들이 선호하지 않는 학교입니다. 지방에 있거나, 주변 환경이나 조건이 좋지 않거나, 취업률 등 실적이 좋지 않은 등 비인기 대학교들부터 먼저 무너진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해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등 명문 대학들이 신입생 감소를 걱정할 일이 있을까요? 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런 명문대에서 재정을 걱정할 정도로 신입생이 감소한다고 하면 이미 다른 대학은 다 망해 있을 것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학생들은 위에서부터 차곡차곡 채워지고 그 아래는 빈 자리로 남게 됩니다. 모든 대학교에 걸쳐서 균등하게 신입생이 줄어드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대학과 부동산

저는 이와 같은 논리가 부동산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각종 인구 지표를 근거로 보여주며 집값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일견 근거가 일리 있어 보이지만, 적어도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진다'는 말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비인기 지역, 즉 사람들의 선호도가 낮은 지역은 그 주장대로 집값이 떨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곳을 제외한다면 인구가 줄어든다고 해서 집값이 떨어질 수는 없습니다. 더 나은 거주환경을 누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로 인해, 선호 지역의 수요는 줄어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구가 줄어드는만큼 모든 지역의 수요가 동일한 폭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인구가 줄어든다고 해도 사람들이 선호하는 거주지의 수요는 거의 감소하지 않을 것입니다. 수험생이 대학을 선택할 때와 마찬가지로, 위에서부터 채워질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지역은 정원 미달 사태를 겪는 대학교처럼 비어 있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인구 감소로 인한 수요 하락은 모든 지역에 전반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지역에만 집중적으로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이 글 역시 저의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합니다. 제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부동산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도 아닙니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다만, 인구와 집값을 연관지어서 집값이 떨어진다고 말하려면 적어도 평균의 논리는 배제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인구 감소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모든 지역을 평균내서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