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부동산

부동산 가정불화, 우울증에 대하여 / 투자 마인드

돈바다 항해사 2021. 1. 23. 19:36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겉에서는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하고, 축하한다는 인사까지 하고 있지만 사실 마음 속 한켠에서는 배아파하고, 질투하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런 부동산 가격 때문에 벌어지는 가정 불화와 우울증에 대하여 생각했던 것을 글로 적어 보겠습니다.

가파른 집값 상승, 그리고 부동산 우울증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무섭게 집값이 올랐습니다. 정부에서는 집값 안정을 호언장담하며 이십여 차례에 걸쳐서 많은 규제를 쏟아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미 많이 오른 가격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이제는 꼭지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 상승세는 2020년에 오히려 더욱 절정에 달했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에 있는 봇들마을3단지휴먼시아의 1년 실거래가 추이입니다. 신분당선, 경강선 판교역과도 가깝고 판교테크노밸리의 회사들과도 가까워서 인기가 많습니다. (출처: 호갱노노)

이런 상황에서 안 좋은 뉴스도 많이 들립니다. 어떤 부부에게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건이 가장 대표적인데요. 아래는 2020년 11월 27일 중앙일보 기사의 링크입니다.

 

아내 살해 뒤 남편 투신···4년 만에 10억원 뛴 목동 비극

이들 부부는 4년 전 자녀를 위해 좋은 학군을 찾아 목동으로 이사를 왔다.

news.joins.com

부동산 문제로 불화를 겪던 부부에게 일어난 일입니다.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후, 투신하여 결국 두 사람 모두 숨진 사건입니다. 기사의 내용에 따르면, 원래 경기도에 살던 이 부부는 자녀의 학군 문제로 몇 년 전에 목동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당시에는 목동에 있는 아파트를 살 수도 있었지만, 부부는 전세를 구해서 살게 되었습니다. (아마 굳이 무리하지 않고 처음에는 전세로 살면서 돈을 모으고, 몇 년 후에 생활이 안정되면 사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록 전세로 임차해서 살았지만 부부는 계속 목동 아파트를 매입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여 10~11억원 하던 아파트가 20억원까지 치솟았습니다. 부부는 전세로 살던 것을 후회하며 불화를 겪다가 그만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비극적인 사건이 흔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화제가 되고 뉴스에도 나왔겠죠. 하지만 불화를 겪는 것은 비단 한 가정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결국 집에서 살기 위해서는 남의 집을 임차하거나, 본인이 매입한 집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둘 중의 하나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또 어떤 동네에서 거주할지, 그리고 아파트, 빌라, 다가구 등 어떤 형태로 살 것인지도 선택해야 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후회 없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불화는 많은 가정에서 있을 것입니다.

부부의 생각은 항상 다르다, 항상!

짧은 시간 안에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버린 지금의 상황에,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반대로 과거에 내렸던 결정을 잘 했다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지금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과거에 잘못된 선택을 해서 후회하는 사람입니다.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상황에서는 '과거에 부동산을 살 수 있었을 때 샀어햐 했는데' 하며 후회하겠죠. 또는 본인이 매수한 지역은 별로 오르지 않았는데 다른 지역이 더 많이 오른 것에 대해서 '여기 말고 거기를 샀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를 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의 원인이 무엇일까요? 부동산 가격이 올라서 문제인 걸까요? 그렇다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졌다면 사람들에게 문제가 없고 모두 행복할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떨어지는대로 '사지 말았어야 하는데', 또는 '다른 동네를 샀어야 하는데' 하며 후회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결혼한 부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많은 부부들이 결혼하고 나서 처음에 마주하는 상황은 위생, 정리상태와 관련된 생각 차이입니다. 한 사람은 조금 더 깔끔하고, 다른 한 사람은 조금 더 지저분하지만 편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죠.

이 문제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고 항상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즉, 두 사람 모두 깔끔한 편이라거나 두 사람 모두 지저분한 편이라고 해도 문제가 됩니다. 깔끔한 두 사람이 만나도 둘 중의 한 명은 더 깔끔하고, 한 명은 더 지저분합니다. 마찬가지로 지저분한 두 사람이 만나도 한 명은 더 지저분하고 한 명은 깔끔한 편입니다. 두 사람이 같이 생활할 때는 기준도 두 개이고, 각자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방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투자에 대한 생각 차이

투자의 마인드에 있어서도 비슷합니다. 투자에 있어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준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면 어떤 것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약간의 리스크를 안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조금 큰 리스크가 있는 투자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에게 투자의 기준이 있으며, 이 기준에 따라 사람마다 감수해도 되는 리스크의 정도나 요구하는 수익률이 모두 다릅니다.

다시 어떤 부부를 생각해 봅시다. 아무리 투자에 대해 생각이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했더라도, 두 사람의 모든 의견이 항상 같을 수는 없습니다. 두 사람 모두 어떤 손실도 감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일 수도 있고, 반대로 두 사람 모두 다소 금전 손실 가능성이 있더라도 도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관점에서는 그렇게 비슷하게 분류될 수 있을지 몰라도, 두 사람이 결혼해서 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다보면 상대적인 기준으로 보이게 됩니다. 둘 중의 한 명은 조금 더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한 명은 조금 더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비단 투자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돈과 관련된 모든 판단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게임에 나가는 지출이라든가, 제품의 품질보다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여 소비하는 육아용품이나 명품 등의 구매 등에 있어서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전자제품, 홈 인테리어, 자녀의 사교육 등 가정 경제와 관련되어 의견이 다를 수 있는 부분은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투자에 국한해서만 생각하자는 것입니다.

평소에 사소한 투자 행위에도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항상 칼같은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도 아니고, 부부 사이에 어느 정도 양보도 하고 참고 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런 게 가장 크게 부딪힐 때가 있습니다. 바로 부동산에 관한 일입니다.

어떻게든 후회는 남는다

부동산은 우리가 사고 파는 것 중에서 금액이 아주 큰 편입니다. 그래서 한 번 내렸던 선택이 며칠, 몇 달 정도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그 이후 몇 년 이상은 여파가 생깁니다.

또한 부동산 매매는 자주 일어나지도 않습니다.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라면 일생을 살면서 부동산을 매수 또는 매도하는 것을 모두 합쳐봐도 몇 번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식품이나 생필품 지출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우리가 했던 결정은 애써 기억을 떠올릴 필요도 없이 머릿속에 늘 남아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인 상황과 금액까지도 다 기억이 납니다. 사람의 기억이라는 게 재밌게도, 특히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었을 때 더 그렇습니다.

결론은 부동산으로 인한 후회는 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면 좋겠지만 그런 말은 없고 피할 수 없다는 말이나 하고 있으니,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로 위안삼을 수 있다면 그것도 그 나름대로는 좋은 면이 있을 것입니다. 어려움이 있을 때, 이 어려움이 나만 겪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조금 마음이 편해지고 이겨낼 힘이 생기는 법이니까요.

다만, 이러한 과거의 선택으로 인한 후회가 가정 불화나 우울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해서 꼭 그것이 가정 불화나 우울증으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잘 극복하고 경험을 통해 배워서 다음에는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니까 그 선택은 과거로 남기고, 그것을 부부가 같이 헤쳐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