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주식

배당주 투자의 함정 / 배당주에 투자하려면 꼭 생각해 봐야 하는 것

돈바다 항해사 2020. 12. 17. 23:36

주식투자에 발을 들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힘들게 종목 찾고, 적절한 매수가격, 매도가격 찾아서 거래하는 건 정말 귀찮은 일이야!
그냥 배당 잘 주는 종목에 투자해서 배당금으로 적당히 수익 내는 게 더 낫지 않나?
잘만 세팅해 놓는다면 내 시간과 노력을 훨씬 덜 들이면서도 안정적으로 수입이 들어올 것 같아!

매번 시장 상황을 민감하게 주시하며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은 귀찮고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지 말고 그냥 배당수익률이 높은, 그러니까 현재 주가에 비해 배당금을 많이 주는 회사의 주식을 사 놓고 기다리고 있다가 배당을 받는 것이 더 나아 보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런 메커니즘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건물주와 월세

배당주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 생각은, 마치 건물주가 월세 받는 것처럼 주식 투자를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건물주의 입장이 되어서 즐거운 상상을 해 보겠습니다. 어차피 상상 속의 일인 만큼, 목 좋은 곳에 있는 큰 상가 건물을 상상해 보기로 하죠.

건물주는 목돈을 투자해서 건물을 샀고, 건실한 회사들을 입주시켰습니다. 그래서 매달 큰 금액의 월세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건물을 소유하기 위해 비용 지출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세금도 있고, 건물을 살 때 은행으로부터 받았던 대출의 이자나, 청소 및 경비 등 건물 관리에 필요한 비용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비용을 지출하더라도 그보다 훨씬 더 큰 월세를 "따박따박" 받을 수 있으므로 현금흐름에는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별개의 이야기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따박따박"이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이 꼭 되기를 원하는, 건물주로서의 걱정 없는 삶의 모델입니다. 그런데 이 행복한 수익 모델에서 우리가 명시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은연 중에 깔고 있는 전제가 있습니다.

자산가치는 하락하지 않는다. 아주 만약에 하락하더라도, 창출된 현금흐름의 기대수익이 하락한 자산가치보다 높다.

즉, 매달 받는 월세의 총합보다 자산가치가 더 크게 하락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수익보다 손실이 더 크게 되므로 실패한 투자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부동산에서는 건물의 가치는 감가상각으로 인해 하락하더라도 땅의 가치는 그보다 더 크게 높아지므로 전체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뭐 아주 만약에 대형 화재나 지진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조차도 보험에 들어 놓으면 될 일입니다. 그러므로 건물주에게 있어서 저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합니다.

주식투자와 배당

그럼 이번에는 주식의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배당주에 투자하면 건물주와 마찬가지로 가만히 앉아서 배당을 "따박따박"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아무 걱정 없이 배당금을 받기만 할 수 있을까요?

우선, 계약에 의해 매달 확정적으로 지불되는 건물의 임차료와는 달리, 주식의 배당은 회사의 실적에 따라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배당금이 오르는 경우에는 좋긴 하겠지만, 내릴 가능성 역시 있다는 것은 오롯이 투자자가 져야 할 리스크입니다. 이 점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아무 걱정 없이 앉아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주가의 변동 가능성입니다. 기업은 영업활동을 통해 발생한 매출에서 원가를 포함한 비용과 세금 등을 먼저 제하고 난 후의 순이익을 기업의 미래를 위해 재투자하거나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필연적으로, 재투자와 배당은 상충관계가 성립하게 됩니다. 재투자를 늘리면 배당금이 줄어들고, 배당금을 늘리면 재투자금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이미 기업의 수익은 확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 쪽을 늘리면 다른 한 쪽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죠.

배당성향이 높아서 기업의 순이익 중 많은 부분을 배당금을 지급한다면, 그 회사는 미래를 위한 재투자를 그만큼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의 미래를 갉아먹으며 배당을 더 많이 준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회사의 주가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겠죠?

극소수이긴 하지만 회사의 이익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배당으로 지급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그런 정신나간 회사가 어디에 있냐고 생각하시겠지만 찾아보면 있습니다. 회계 상의 이유로, 또는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배당금을 많이 지급할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회사의 주식을 사는 일은 피해야겠지요.

부동산의 시세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는 기껏해야 주변에 뭐가 새로 들어온다더라, 어느 공장이 망하기 직전이라더라 하는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 대부분은 주변 지역에 한정된 요인입니다. 반면에 주식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식은 부동산과는 달리 거래가 쉽고 간편하며, 거래량도 많고 가격 변동 폭이 큽니다. 그리고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일단 미국 등 해외증시의 주요 지표, 시장금리부터 해서 국내 증시에서의 기관, 외국인의 수급에 이르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요소들 중 하나에라도 강한 충격이 발생하면 주가가 큰 변동을 보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결론

부동산의 월세를 받는 것처럼 생각하며 배당주에 투자한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 둘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주식은 부동산에 비해서 원금손실의 가능성이 훨씬 더 높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때 발생한 원금손실이 배당금으로 메꿔진다면 좋겠으나, 주가가 내리면 배당금 또한 낮아질 가능성 역시 높기 때문에 쉽지는 않습니다.

결국 배당주 투자도 사실은 잘 될 회사, 성장할 회사에 투자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회사가 바람대로 성장해 준다면 배당도 배당이지만, 주가의 차이로 인한 시세차익이 더 커질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저는 배당만을 노리고 투자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적어도 국내 주식의 경우는 말입니다. 배당금은 주식투자를 하면서 주어지는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거래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